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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대선.

대학생들의 대목이라고 불리우는 그 날.

 

나도 여느 대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대선관련 알바를 찾고 있었다.

첫번째로 찾은 알바는 출구조사알바.

신청해보려했지만,

높은 경쟁률로인해 벌써 내가 사는 지역 근처는 모두 모집이 끝나있었다.

 

그래서 두번째로 찾은 게, 투표지 개표알바.

투표 당일 저녘 모여 꼬깃꼬깃 접혀있는(주로 어르신들이 이렇게 접어놓는다.)

투표지를 펴는 알바.

하지만, 대선때까지는 아직 3주 이상의 시간이 남아 있는대다가,

하루 일해서는 입에 풀칠도 하기 힘들어서 보류.

 

그렇게 고민 하던중. 오전,우연히 발견한 분류기관리요원 모집 공고.

급여가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였지만, 2주가까이 되는 기간에,

늦은 출근시간, 빠른 퇴근시간을 확인하고 바로 연락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이게 제일 잘한 짓이다. 얘기를 들어보니, 나를 시작으로 전화가 폭주했다고 한다.)

전화를 하니, 대선 때까지 갑자기 출근해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면서,

스케쥴이 괜찮은 지 물어본다.

휴학생이라 괜찮다고 하니 일단 알겠다고 한다.

흠.. 되야할텐데..생각하며 한국사와 토익공부를 하던중.

뽑혔다고 연락이 왔다!

 

출근 첫날.

출근 시간 9시 30분에, 겨우 맞춰 도착.

선관위(선거관리위원회)에 도착해서 사무실로 가니, 가방을 내려놓고 1층 xxx실로 가면,

앞으로 내가 모셔야 하는 상관이 있다고 해서 내려갔다.

xx실로 가서 내가 처음 본것은.

산처럼 쌓인, 책자들.

가까이서 보니, 대선설명책자라고 적혀있었고,

전단지의 산 꼭대기에는 각각 목적지가 적힌 종이가 올려져 있었다.

 

나는 순간 생각했다.

도망갈 것인가, 일할 것인가.

하지만, 나의 사랑스런 가방이 사무실에 인질로 잡혀있다는 생각에,

눈물을 머금고 일하기로 했다.

 

그리고 나의 상관으로 보이는 사람과 나와 마찬가지로 뽑혀온 사람들과

간단하게 자기 소개를 하고, 목장갑을 꼈다.

(군 복무를 마치고 이렇게 빨리 목장갑을 끼게 될 줄은 몰랐다.)

 

해야 할일은 각 동에서 오는 1톤 트럭에 책자를 실어주는 일.

그냥 막노ㄷ..

 

오전 11시 40분쯤 되자 산처럼 쌓여 있던 책자들이 바닥이 났고,

점심시간인 12시까지 약간의 시간이 남아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한껏 펌핑된 가슴근육과 팔근육에서 느껴지는 심장박동을 느끼면서 쉬었다.

 

같이 일하게 된 사람들과 근처에서 밥을 먹고 1시까지 휴식.

 

오후. 나의 상관님께서 오전에는 너희들을 시험해 본 것이라는 소리..는 하지 않으시고..

바빠서 '잠시' 다른 일을 한 것이라고 하셨다.

우리가 하게 될 진짜 일은 분류기를 운반, 설치, 조작, 관리하는 일로,

평소에는 분류기 교육용시디를 보면(서 졸거나),

분류기를 돌리면(서 졸거나 하면) 된다고 한다.

 

오후 동안, 간단하게 간식을 먹으면서(일하면서 간식을 먹다니 여긴 천국이야.)

교육동영상을 보았고(졸았고) 오후5시가 되자 칼퇴근을 할 수 있었다.

 

 

마치면서 든 생각. "역시 공공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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