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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첫 에어컨이 저 상태인 것 때문에 잠을 설치다 아침 7시에 잠에서 깼다.

결전의 날이다.

집을 대충 치우고 에어컨 기사를 기다렸다.

원래 5시에 오기로 했지만 4시쯤 전화가 와서 집에 있는지 물어본다.

있다고 하니 10분 후에 도착할꺼라고 한다.

후... 드디어 오는 구만

10분 후 에어컨 기사 2명이 도착했다. 그때 온 그 사람들이다.

 

어색한 인사를 마치고 에어컨 기사가 말을 꺼낸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저희가 실외기를 가져왔는데 그걸로 바꾸는건 어떻겠습니까?

고객님도 그게 낫지 않겠습니까?"

"새건가요?"

"네 새겁니다."

 

확실히 새거라면 그게 낫다

애초에 신경쓰였던 부분이 실외기를 진공잡으면 안에 있는 뭐가 영향을 받아서

큰 문제는 아니지만 새걸로 교환하는게 낫다라는 글을 본거 였는데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내부구조를 모르니..)

새걸로 바꿔준다면 나야 땡큐지.

"네 그걸 그걸로 바꿔주시고 배관 진공만 잡아주세요"

"어유 그건 당연히..." 라며 말 끝을 흐리는데

애초에 당연하지 않았으니까 말하는 거잖아

당연했으면 내가 보던 말던 말하던 말던 해줬어야지!

라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냥 참고 적당한 텐션을 유지하기로 했다.

그게 더 압박이 되리라.

 

"저 밑에 차에 실려 있는거 보입니까? 저희가 밑에서 포장을 뜯고 들고올꺼라서요"

창문 밖으로 밑을 내려다보니 차에 포장된 실외기가 보인다.

중고를 재포장한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거기까지 못 믿으면 답이 없을 것 같다.

 

실외기를 교체하고 진공을 잡기 시작한다.

지난번에 진공을 잡았는지 안잡았는지 고민했던게 무색하게 굉렬한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펌프.

소리가 이정도인 줄 알았다면 고민 안했을텐데..

 

진공을 잡는게 시간이 10~20분 정도로 걸렸는데

그 시간 동안 기사들 뒤로 1미터 정도 떨어져서 그냥 가만히 서있었다.

내가 사람을 못 믿어서 이 지랄을 하고 있어야 하나 자괴감이 들었지만

이내 '믿을 사람을 믿어야지' 라는 생각을 했다.

세계 평화에 대해 생각할 때 쯔음 디지털 게이지가 0.5가 다 된것이 보였다.

이미 조사해서 에어컨 진공 기준이 0.5토르 라는걸 알고 있었다.

'흠 다 됐구만'

0.5가 되자 기사가 "고객님 확인 해보시죠"

"넵" 이라고 간단하게 긍정하자

펌프를 제거하고 정리하기 시작한다.

사실 저압에서는 공기가 입자성을 띄기 때문에 호스 끝과 끝의 압력이 평형을 이루는데 시간이 걸린다.

때문에 진공을 잡고 기다리면 어느정도 게이지가 높아지게 된다.

그래서 좀 더 돌려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생각해보니 배관에 냉매가 남아있던 상태에서 다시 진공을 잡은거라

(실외기를 교체하면서 어느정도 공기의 유입은 있었겠지만)

이렇게 해도 순도는 높을 것 같아 그냥 넘어갔다.

 

그렇게 정리를 끝내고 에어컨 테스트가 종료가 되고

에어컨 기사가 다시 한번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라며 인사를 하고 간다.

 

에어컨 설치 도중에 한 것까지 합쳐서 총 3번의 사과를 했는데

3번 사기를 치고 3번 사과를 했으니 그냥 앙금없이 넘어가기로 했다.

 

어찌됐던 이렇게 내 생애 첫번째 에어컨 설치가 끝이 났고

우리집 거실 한쪽에는 이질적인 물건(에어컨)이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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