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2015.05.21] 휴학의 이유

세시십분(sesi) 2017. 1. 24.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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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4학년 시작을 한달여 남겨둔 시점.

4학년은 어떻게 보내야 할까 라는 생각을 하던 중이였다.

다른 대학생들이 그러하듯. 학점관리하고 스펙 마무리하고 공채쓰고 자소서 쓰고 인적성 공부하고.....

취업하면 되겠지.

이러다가 문득 드는 생각이 취업을 하면? 그다음은?

그러면 또 열심히 일해야겠지. 남들보다 가난하기에 남들보다 더 열심히.

딱 여기까지 생각했는데 숨이 막히더라.

 

어릴때부터 우리집은 가난했었다.

아빠는 일용직노동자로 일을 하셨고(지금은 아빠라 부르지 않지만)

엄마는 우리들이 어릴때에는 집에서 할 수 있는 일( 벽에 거는 장식품, 종이장미 만들기, 전화기 부품 조립)을 하셨다.

산더미처럼 쌓인 전화기부품을 옆에두고 핀셋으로 그걸 조립하고 있는 그 모습이 아직 기억이 난다.

그러다가 우리가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공장으로 일을 다니셨다.

그래도 그땐 행복했었던거 같다.

 

일용직으로 일하시던 아버지가 주식으로 그 동안 모은 돈을 다 날리고

친척들 돈까지 다 끌어 말아먹고 (이일을 때문에 아직 명절때 마다 나는 죄인이 된다)

술과 도박(주로 경륜, 바다이야기)에 빠지기 시작했다.

여기까지가 초등학교때 이야기.

그 다음 부턴 뻔한 스토리, 학교에서는 돈때문에 불려다니고,

집에서는 술취한 아버지를 피해다녔다.

이러한 중, 고등학교 생활을 하면서 내가 살길은 공부뿐이라 생각했고,

유명한 명문대는 아니지만, 그래도 열심히했네 라는 소릴 들을 수 있는 대학에 합격할수있었다.(+이공계장학금으로 등록금도 해결되었다)

이제 집을 벗어날수 있구나 싶어서 행복했었다. 그땐

 

뭐 근데, 인생 그렇게 쉽게 잘 풀리진 않더라.

이제 겨우 20살이 되서 어른이 되었는데, 어머니께서 췌장암에 걸리셨다.

외가쪽에 췌장암으로 돌아가신 분들이 많은데 유전적인 요인이 아닌가 싶다.(그래서 나는 술, 담배를 하지않는다)

얼굴에 황달이 오고 눈이 노래지고 병원에 갔었으니 이미 때는 늦었었고,

1년도 못살거라는.. 뭐 그랬다고한다.. 그렇게 나의 대학1학년은 거의 병원에서 보냈고,

어머니는 1년 6개월정도를 투병하시다 돌아가셨다.

 

군대갈 나이가 되어 돈이라도 벌자 싶어서 특례병으로 공장에서 노예로 일했다.(정말 말그대로 노예)

일했으나 그 돈은 아빠라는 이름의 그 새끼한테 다 들어갔다.

힘들게 전역하고 보니 내 돈엔 퇴직금 밖에 남지 않았다.

안되겠다 싶어 아빠랑 연락을 끊고 집을 나와 학교앞 고시원에 자리를 잡았다.(월 13만원)

월 13만원 고시원이 제대로 됐을리가 없었다. 학교에서 씻고 밤에는 뜨거운 물을 넣은 페트병을 안고 잤지만

그치만 부양해야할 가족도 없고 짐도 없다는게 맘이 편했다.

내 몸 하나만 어떻게 하면 된다는 게 좋았다.

여기까지가 블로그에 적힌 글들 이전의 이야기이다.

 

뭐.. 이야기가 샌것 같기도 한데..

이 얘기를 한 이유는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다고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열심히 살아왔는데 1년쯤 쉬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었다.

휴학하면 취업에 불리하니 뭐니 해도 그냥 그딴거 신경안쓰고 쉬고 싶었다.

'쉬자!'  생각 끝.

그렇게 휴학을 하고 편하게 쉬는 중이다. 최소한의 공부와 알바만하면서(현재 하는 알바는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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